2010/09/29

【INTERVIEW】‘I Need A Girl’의 프로듀서 전군 “태양이 안 하는 19금 알앤비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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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와 전군은 PC통신 시절 나우누리 흑인음악 창작 동호회 SNP에서 처음 만났다. 비록 우리가 베스트 프렌드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었다. 나는 전군을 좋게 생각했으나 전군은 날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2010년, 둘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만났다. 전군이란 이름 앞에는 “태양의 프로듀서”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편하게, 무엇보다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시: 2010.09.16 (목)

장소: 카페 ‘벨로주’

인터뷰어: 김봉현

인터뷰이: 전군

사진: 김진영(촬영), 전군(제공)







음악을 접하고, 알앤비에 빠지게 되고, 창작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되게 어렸을 때 얘기부터 해야 하는데..부모님께서 되게 어렸을 때부터 내가 음악을 좋아했다고 하신다. 세 살부터였던가? 그런데 아버지께서 허풍이 좀 있으셔서..(웃음) 실제로는 네 살이나 다섯 살이었을 수 있다.



인터뷰 시작하자마자 아버지를 디스하는 건가?(웃음)



아니다(웃음). 아무튼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트로트를 좋아했다. 아직도 부르던 곡이 생각난다. ‘18세 순이’, ‘건배’같은 곡들. “종로로 갈까요 어디로 갈까요” 뭐 이런 노래도 있었다.



-_-;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 때 서태지와아이들이 나오고 나서 그들에게 미쳤다. 초등학교 내내 서태지와아이들 노래만 들었다.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영어선생님이 수업시간의 반은 교과서 진도를 나가고 반은 팝송을 가르쳐주시는 분이었다. 나에겐 완전히 신세계나 다름 없었다. 그 선생님 덕분에 외국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 배운 노래가 토니 브랙스톤(Tony Braxton)의 ‘Unbreak My Heart’였다.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 때 내가 살짝 좋아하던 친구가 “음악은 힙합을 들어야해”라고 하면서 투팍(2Pac)의 [R U Still Down] 앨범 두 번째 시디를 내게 주었다.



그 시디에 ‘To Live & Die in L.A’가 있지 않나?



아니다. 없다.



아, 착각했다. 10번에 1, 2번 정도는 내가 실수를 한다.



그 시디를 듣고 힙합에 빠졌다. 그리고 한창 랩을 하겠다고 폼 잡고 다녔다. 그런데 랩은 내가 해당 문화와 언어를 이해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어를 못해 가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힙합만 듣게 되었다. 마침 진태 형(필자 주: 버벌 진트(Verbal Jint)를 가리킴)이 그 때 물건들을 내놓으셔서 그것들에 엄청 빠졌다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자연스럽게 알앤비에 빠지게 된 것 같다.



자연스러운 게 맞는 것 같다. 힙합만 듣고 알앤비만 듣는다는 건 어찌 보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 역시 처음에 가사에 대한 같은 고민을 한 끝에 한국힙합만 듣던 때도 있었다. 나우누리 시절 때.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 거다. 그럼 나는 클래식이나 연주음악은 왜 듣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사람의 랩이나 노래도 하나의 악기라고 여기자! 고 스스로 다짐했던 것 같다. 가사와 메시지까지 알아들으면 가장 좋지만 온전히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서 아예 안 듣지는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 인터뷰를 하는 건가? 아무튼 그래서 SNP(필자 주: 나우누리 흑인음악 창작 동호회)에 가입하게 된 건가?



중3 말에 가입했다. 가입하기 전에도 창작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연히 너무 허접한 수준이었다.



SNP에서 형들과 어울리면서 같이 창작물을 낸 적도 있지 않나?



아니, 없다. 나 혼자 냈다(웃음).



아, 그랬나.



그렇다. 그냥 혼자 자료실에 올리고 그랬다. 아무도 반응 안 해줬다.



깔깔깔. 휘성과는 어떻게 만난 건가?



2003년경에 엠-보트(M-Boat)라는 회사가 있었다. 거기 소속된 언더그라운드 레이블 헝그리스쿨에 들어가면서 휘성 형을 처음 만났다.



그 때 내놓은 결과물에는 뭐가 있나?



없다.



아 그런가. 거기서 잘 안된 건가 뜻대로?



그렇다. 내 탓이다. 들을만한 것을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작곡가로서가 아닌 뮤지션으로서 랩 앨범을 내기 위해 거기에 간 건데,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작곡가로 전향하게된 것 같다. 그 와중에 엠-보트라는 회사 뮤지션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확실히 모른다. 당시 나는 너무 어렸다. 막내였으니까.



휘성과의 작업에 대해 듣고 싶다.



처음으로 작곡가 활동을 시작한 게 휘성 형과의 작업이었다. 형과 나는 음악적으로 굉장히 많이 비슷하다. 같이 작곡을 할 때 내가 멜로디를 만들면 형도 거의 좋다고 하고 형이 멜로디를 만들면 나도 거의 좋았던, 뭐 이런 식이었다. 처음 형의 앨범에 수록한 곡은 4집의 ‘날아가다’였다.



그 때 이미 휘성은 스타가 되었던 시기 아닌가? 휘성이 본인의 곡을 앨범에 실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잘은 모르겠지만 방금 말한 것처럼 서로 잘 맞아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내 미발표곡들을 형이 좋아해서 듣고 다니기도 했으니까. 쉽게 말해서 형이 내 곡을 좋아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실력으로 인정받았다는 말인가?



음…..



넘어가자. 또 휘성과 작업한 곡에는 뭐가 있나?



‘별이 지다..’, ‘완벽한 남자’ 등을 근태 형(필자 주: 작곡가 박근태)과 작업했고 ‘Choco Luv’는 내가 편곡을 담당했다.



그 앨범(필자 주: [With All My Heart And Soul EP])은 아쉽다. 더 주목을 받았어야 했다.



‘Choco Luv’는 나도 정말 좋아한다. 휘성 형의 슬로우잼 중 가장 좋은 곡 중 하나다. 형이 그 곡을 즉흥적으로 술술 썼다. 형네 집에 놀러갔는데 진짜 뻥 안치고 형이 한번 쓱 부르고 곡이 나왔다.



또 있나?



‘사랑해..’란 곡이 있고 ‘Girls’에서는 노래를 불렀다.



‘Girls’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곡과 티-페인(T-Pain)의 ‘Chopped and Screwed’ 간의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걸 물어볼 줄 알았다(웃음). 음. 이 얘기를 하면 읽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일단 얘기해보겠다. 그 곡 작업은 미국에서 현도 형과 다 같이 했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어떤 곡을 듣고 “나도 이런 거 만들어야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처음에 ‘Girls’를 들었을 때 솔직히 ‘Chopped and Screwed’ 생각이 나긴 했다. 하지만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세상에 오토튠을 쓴 노래가 한 두곡이 아니고, ‘Girls’와 분위기가 비슷한 곡 역시 한 두 곡이 아니지 않나. 그 두 가지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서 그런 논란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솔직히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곡이 가사가 너무 좋다. 휘성 형 가사를 내가 대체로 좋아하는 편인데 너무 공감되는 이 곡의 가사나 멜로디 이런 것들이 그런 논란에 묻히는 게 싫었다. 현도 형이 무섭긴 하지만 그래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웃음).



휘성 말고 다른 뮤지션과 작업한 결과물에는 뭐가 있나?



효리 누나 곡을 편곡한 적이 있고 현영 씨에게도 곡을 드린 적이 있다. SS501, 아주, 종국이 형과도 작업했다. 이 정도인 것 같다.



앞으로 나올 곡들을 물어봐도 되나?



거미 누나에게 준 곡이 있다. 그리고….딱히 없다(웃음). 사실 곡을 많이 썼는데…성사되지 못한 곡이 많다.



소녀시대 ‘Gee’ 커버곡도 발표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곡은 공개한 적이 없는데?



그런가? 그럼 난 어디서 들은 거지?



아, 있다! 예전에 스친소에 휘성 형 친구로 나갔을 때 그 곡을 부른 적이 있다.



그것 말고도 온라인으로 공개한 적이 있지 않나? 버터러브(Buttaluv) 클럽에서 들었나 내가?



아, 그랬나 보다.



아무튼 이왕 말나온 김에 버터러브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알앤비 크루다. 나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버터러브라는 동명의 팀이 또 따로 있다. 나랑 같이 사는 친구들 셋으로 구성된 3인조 남성 알앤비 팀이다. 이 친구들도 노래를 꽤 잘해서 내가 좀 도와주고 있다. 앨범을 내야 하는데 언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회사를 알아보는 중이다.



Buttaluv_Profile



본인 소속이 지금 YG인가?



작곡가로서는 그렇다. 조만간 아티스트로도 계약하고 싶다. 더 이상 블로그에 곡 올리고 말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사용하는 장비를 공개해준다면?



나는 심플한 편이다. 스피커는 Event 2020 bas, 마이크는 Shure sm 57 beta, 모듈은 Motif ES와 Motu 896를 쓴다. 참고로 스피커와 마이크는 비바소울의 멤버 주완이 형에게 받은 건데, 우리가 어릴 적부터 굉장히 친한 사이기 때문에 형의 곧 나올 싱글 앨범에 드린 곡비 대신 받았다(웃음). 형이 스피커 명에 “bas”를 강조하더라. 이게 붙은 모델이 진짜 좋은 거라고.



작업방식에 특별히 정해둔 것이 있는가?



특별한 건 없다. 트랙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얹을 멜로디를 만들고 보컬 어레인지를 하는 편이다.



멜로디를 쓸 때 작정하고 집중해서 쓰는 편인가 아니면 평소에 흥얼거리다 떠올리는 편인가?



작정하고 쓰는 편이 많다. 10번 중에 7번은 그런 것 같다. 나머지 3번은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생각이 난다거나 평소에 갑자기 떠오를 때도 있다. 한번은 작업실 쇼파에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무 좋은 게 생각나서 일어나서 후다닥 스케치를 한 적이 있다. 그 후 2년 정도 지나서 그 곡을 완성했는데 그게 바로 태양의 ‘You’re My’다. 말하자면 자다가 곡을 쓴 셈이다(웃음).



안 그래도 태양 관련한 질문으로 넘어가려고 했다(웃음). ‘I Need A Girl’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아, 실제로 보니 잘 생겼더라.



누가? 태양이?



아니 내가.



………



아무튼 이미 TV에서 공개된 이야기이긴 한데, 원래는 세븐의 데모곡으로 넣었던 곡이다. 4곡정도 넣었는데 그 중에 2곡이 ‘I Need A Girl’과 ‘You’re My’다. 그런데 나중에 태양의 곡으로 바뀌었다. 나도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웃음). 그냥 그렇게 되었다기에 그것도 좋지 뭐, 하고 생각했다. 그 후에 태양 본인이 나에게 그 노래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모든 작곡가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가수가 내가 만든 노래를 좋아하면 나도 너무 좋다(웃음). 가수가 태양이라는 인물인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알앤비 음악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같은 알앤비를 추구하는 뮤지션과 같이 작업하는 것 자체가 정말 들뜨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작업 시작이 언제였나?



일단 ‘I Need A Girl’은 미리 만들어두었던 곡이다. 이것 또한 아까 말한 10 중 7에 해당하는 “작정하고 쓴” 곡 되겠다(웃음). 홍대 탐앤탐스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펜으로 내가 좋아하는 공책에 가사와 멜로디를 썼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면서 그녀 같은 여자를 또 만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태양도 가사를 보면서 너무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하더라. 이 곡을 가지고 태양과 본격적으로 작업을 한 것은 올해 3월쯤이다.



‘I Need A Girl’과 ‘You’re My’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나?



그렇다. 그래서 더 오래 걸렸다. 태양이 녹음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를 외쳤다. 그러면서 나한테 조금 미안해하는 것 같더라. 그런데 나는 아무 상관이 없었고 나를 편하게 대해주길 바랐다. ‘I Need A Girl’은 한번에 4~5시간 녹음을 했는데 그걸 4번 정도한 것 같다. 보통 그렇게 하기가 정말 힘들다. 되게 진 빠진다. 그런데 태양은 굉장히 열심히 했다. 사소한 발음이나 감정에도 세심히 신경을 썼다. 태양이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가 본받아야할 것 같다.



작업을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딱히 없었다(웃음). 그냥 일만 했다.



“저 친구, 아이돌인데, 흠, 열심히 하네?” 뭐 이런 생각만 속으로 했던 건가(웃음).



아이돌이라고 하면 보통 음악보다는 다른 것에 더 신경을 쓴다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태양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음악을 잘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 느낌이었다.



‘I Need A Girl’ 가이드 버전에는 랩이 없다. 랩이 추가된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에서 요청이 왔다. 랩이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곡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쉽게 알겠다고 했다.



가사는 지-드래곤이 직접 쓰고, 지-드래곤의 참여 여부도 회사에서 결정한 건가?



그렇다.



지-드래곤의 랩 파트가 필요 이상으로 길다는 의견도 있는데?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별로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변진섭의 ‘희망사항’ 가사를 인용했다. 그 여자친구가 실제로 그랬기 때문인가?



아, 그건 아니다. 실제 경험에 기초해서 가사를 쓰긴 했지만 실제 인물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부분, 즉 내가 바라는 부분도 가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김치볶음밥 부분은…사실 내가 요리를 되게 좋아한다. 그니까 김치볶음밥은 그냥 요리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내가 요리할 때 여자친구가 옆에서 재잘재잘 대고 도와주고…그런 모습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김치볶음밥이 아니라 오징어볶음밥이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참고로 오징어볶음밥이 조금 더 비싼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웃음) ‘희망사항’ 가사에 김치볶음밥이라고 나오니까 뭐 그렇게 한 거다.



본인이 부른 ‘I Need A Girl’과 태양이 부른 버전 중 어떤 것이 더 맘에 드나?



살짝 곤란한 질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웃음). 둘 다 매력 있다고 본다. 비록 내 보컬이 너무너무 모자라지만 좋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태양의 보컬 물론 매력이 있고. 둘의 느낌이 다르다. 각자의 느낌이 있다. 태양의 녹음을 마치고 꽤 많이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내 버전이 더 낫다고도 말하지만 솔직히 그건 예의상 하는 말 같고(웃음), 나는 태양 버전도 굉장히 만족한다. 그 후로 내 가이드 버전은 거의 안 듣는다.



태양의 ‘I Need A Girl’을 자주 듣나?



그런가? 엄마한테 전화할 때 컬러링으로 듣긴 하는데(웃음).



클럽 갔을 때 틀어달라고 요구도 하나? 이를테면 “야 이 자식들아! 이 곡을 내가 만들었다구!”하면서.



한다(웃음).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고 디제이 형한테 사정을 한다. 한번만 틀어달라고(웃음).



‘I Need A Girl’ 무대 퍼포먼스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난해했다. 기존 무대에 비해 입체적이지 않나. 안무에 대한 조예가 크게 없어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볼수록 다른 무대와 달라서 좋았다.



무대 퍼포먼스가 노래 감상에 플러스가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특히 여자 댄서의 몸을 타고 올라가는 피아노 연주, 그런 거 아주 죽는다(웃음). 사실 딱히 회사에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닌데, 안무가 션과 따로 만난 적도 있다. 아는 댄서 형들이랑 같이 만나 이야기도 하고 클럽도 같이 가고 그랬다. 그런데 클럽에서는 춤도 별로 안 추고 그래서 이 사람이 그렇게 유명한 댄서인지 잘 감이 안 왔었는데, 나중에 동영상 검색해서 보니 장난 아니더라(웃음). 너무너무 대박이었다. 그런데 이 얘길 내가 왜 한 거지?



….나도 모르겠다. 다음 질문. ‘I Need A Girl’ 가사가 가이드 버전에 비해 순화되었는데 그 이유는 역시 우리가 짐작하는 대로인가? 태양의 “건실한 청년 이미지” 때문에?



내가 먼저 수정을 원했다. 내가 불렀다면 더 심한 내용도 했겠지만(웃음) 태양에게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잠시 이야기가 새는 것일 수도 있지만 ‘I Need A Girl’ 가사는 정말 진실한 가사라고 생각한다. “Sex”란 단어가 나올 뿐, 요즘에는 없는 그런 진실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돈이나 이런 게 아니라 진짜 내 마음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무튼 내가 먼저 수정을 건의했는데 양사장님이 처음엔 그냥 놔두어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중에 결국 수정을 했다.



‘I Need A Girl’ 작업 후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나?(웃음)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더 대접도 받고….뭐 나아졌다(웃음). 경제적인 부분은 아직 정산이 안 돼서 잘 모르겠고 추후에 저작권료 나오는 걸 보고 다시 정확하게 말씀드리겠다, 는 농담이다. 아무튼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이 된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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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My’ 녹음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You’re My’도 ‘I Need A Girl’만큼 했다.



‘You’re My’도 미리 만들어둔 곡인가?



이 곡도 좀 스토리가 있다. 아까 말했듯 자다 만든 노래라 가사 없이 멜로디만 만들어둔 노래였고 누군가에게 고백하기 위해 가사를 쓰고 완성을 했다. 사실 이런 노래는 둘만 간직하는 노랜데..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You’re My’도 가이드를 직접 했나? 태양의 반응은 어땠나?



직접 했다. 태양의 반응은, 이 곡 역시 와 닿는다고 했다(웃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본인 생각에 태양의 보컬이 다른 가수와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 알앤비 느낌이 있다. 확실히. 물론 다른 가수들도 알앤비 음악을 표방하고 많이 나왔지만 태양은 그들과 구분되는 자기 목소리가 있고 그 목소리 자체가 굉장히 알앤비틱하다. 심지어 퍼포먼스도 딱 알앤비다(웃음).



‘You’re My’ 가이드 버전과 태양 버전의 차이점이 있다면?



특별히 없다. 다만 가이드 버전에서 나는 조금 차분하게 불렀는데 태양 버전은 조금 더 긴장감 있게 나왔다. 그 외의 구성 등에서는 달라진 부분이 없는 것 같다.



‘You’re My’ 가사를 공동 작사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엔 누군가에게 고백하기 위해 내가 다 가사를 썼다. 가사가 조금 바뀐 이유는 내 개인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갑원이 형(필자 주: 작사가 최갑원)이 수정했다.



‘You’re My’ 후반부 팔세토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더 잘 불렀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좀 있는 것 같다.



내가 관대한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나는 불만이 없었다. 난 괜찮았는데(웃음). 다만 앨범에서는 못 느꼈는데 첫 방송 라이브에서는 사실 약간 불안한 감이 있었다. 그후로는 잘하더라.



태양과 트레이 송즈(Trey Songz)의 비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까도 밥 먹으면서 이야기했지만 트레이 송즈라는 인물이 현재 본토의 메인스트림 알앤비 킹이니까 알앤비로 한국 정상에 오르려는 태양이라는 인물을 그와 비교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포지션 상으로 말이다.



다음으로 가사에 대한 질문이다. 휘성도 그렇고 전군도 그렇고 본토 알앤비의 정서와 느낌을 한국말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I Need A Girl’ 가사만 봐도 일반 대중이 들으면 혹 그냥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알앤비를 들어온 사람이 듣기에는 뭔가 유치하지만 애틋하고 또 진심이 담긴 알앤비 특유의 정서가 배어 있다. 한국말 알앤비 가사에 대한 본인의 지론 같은 것이 있나?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의도한 바가 정확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다(웃음). 일단 나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도 괜찮은 비유나 표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노래에는 별로 없을지 몰라도 알앤비 가사에는 그런 비유 같은 것들이 정말 많다. 그런 것들을 한국말로 해보고 싶었다. 내 가사에는 한국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 있다. 흑인들 입장에서 보면 돌려 말한다고 해야 하나? 우리랑 어순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무튼 흑인들은 비유를 많이 한다. 나도 그런 것을 시도하고 싶었다. 김치볶음밥이라는 단어도 사실 가요 가사에서 별로 나오지 않는 표현 아닌가. 그런 표현이 들어가서 어색하지 않다면 써도 좋다고 본다. 또 이번 휘성 형 싱글 ‘결혼까지 생각했어’도 제목이 신선하지 않나.



‘I Need A Girl’에서 “남자 놈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달라붙는 남자들은 내 입장에서 달갑지 않으니까(웃음). 그래서 “놈”이란 표현을 썼다. ‘I Need A Girl’ 후로 가사만 의뢰가 들어온 곡들도 있긴 한데, 나는 알앤비가 아닌 곡에서는 좀 약한 것 같다. 많이 퇴짜 맞았다(웃음).



좋아하는 알앤비 아티스트를 꼽는다면?



너무 많은데..일단 트레이 송즈 너무 좋고 조(Joe), 도넬 존스(Donell Jones), 로이드(Lloyd), 마케스 휴스턴(Marques Houston)도 좋고, 마리오(Mario)도 좋고, 다 좋다. 이중에 특히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조다. 조는 내가 미친 듯이 좋아한다. 시디 다 가지고 있다.



본인의 보컬이 더-드림(The-Dream)과 흡사하다는 평에 대한 생각은?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엔 거의 안 똑같다. 반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짜증나게 똑같은 사람이 있다. 션 가렛(Sean Garrett)이다. 더-드림은 잘 모르겠다. 그나마 로이드가 거론되면 모르겠는데, 로이드 얘기는 또 없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가(웃음). 여기서 밝히지만 누굴 따라해 연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조, 도넬 존스, 지누와인(Ginuwine) 등에게서 영향을 받은 건 있지만 특정인을 비슷하게 흉내 내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태양을 제외하고 곡을 주고 싶은 국내 뮤지션이 있다면?



YG 식구들과 작업해보고 싶다. 세븐이랑도 해보고 싶고, 거미 누나랑은 예전에 앨범에 참여할 뻔 했다가 무산되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하게 되어서 다행이고….그리고 린 누나랑 해보고 싶다.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그 정도다.



올해 좋은 한국 알앤비 앨범이 많이 나왔다. 진보, 디즈, 보니 등등. 들어봤나?



일단 진보님 앨범은 아직 못 들어보긴 했는데, 솔직히 진보님은 너무 짜증난다.



인간적으로?



아니, 너무 잘해서(웃음).



흠… 디즈 앨범은 들어봤나?



들어봤다. 되게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되게 잘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고 심지어 노래까지도 잘한다. 그래서 이 분도 좀 짜증났다(웃음).



결론은 진보와 디즈는 짜증난다, 이건가? 이것만 제목으로 뽑아서 조*일보 식으로 왜곡해도 되나?



그건 안 된다. 태완 형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형이라.



앞으로의 포부를 간단히 밝힌다면?



일단은 내가 작곡가로 많이 알려졌는데 사실 노래에도 뜻이 있다. 작곡가라고 하면 먹고 살기 위해, 필요에 의해 곡을 파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작곡가로 살려면 모든 장르를 잘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능력이 없어서 그렇게는 못하겠고(웃음), 좋은 곡이 나오면 누구에게 팔수도 있고 혹은 그냥 내가 부를 수도 있는, 그런 알앤비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딱히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아도 된다. 그 전에도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벌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 해왔다. 아까 “이제 내가 잘 될 거다”는 질문도 있었는데, 나는 내가 못할 곡 같으면 정중히 거절을 한다. 그래서 거절도 많이 했다. 아무리 봐도 나랑 색깔이 안 맞는 아이돌 가수의 곡을 정중히 거절한 적도 있다. 나는 그냥 알앤비 하나는 정말 잘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노래가 발표되면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대중이 내 노래에 친숙해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나는 알앤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노래를 좋아해주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알앤비 팬들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웃음). 한국에 알앤비 씬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내가 한번 그걸 만들어보고 싶다. 나는 날씬하고 잘생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돌은 못하지만 그런 걸 못하는 대신에 정말 센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그들이 못하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알앤비 씬을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싶다.



그래도 못한 말이 혹시 있나?



뭔가 찝찝했는데, 있는 것 같다(웃음). 가사 이야기다. 알앤비 가사에는 사실 저속한 표현들도 많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한국에 더 가져오고 싶다. 문제는, 가사만 가져와서 되는 게 아니라 문화 자체를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그런 부분을 쉬쉬하고 금기시하는 풍토가 있다. 금지하니까 더 하고 싶다(웃음). 아직 한국 알앤비 아티스트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안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 쪽으로 한번 나가볼까 생각하고 있다(웃음). 그런 걸 감추지 않고 얘기하되 저속하지 않고 아름답게 풀어보는 거다.



태양이 못하는 걸 하겠다는 말인가?(웃음)



그렇다. 지금도 내가 솔로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업하는 곡은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만들어놓은 곡 중에 ‘음악을 틀어줘’라는 곡이 있다. 야릇한 상황에서 “잠깐만, 아직 음악을 안 틀었으니까 음악을 틀고 하던 것을 마저 하자”는 내용이다(웃음). 이런 식으로, 가사 뿐 아니라 이런 문화를 가져오고 싶다.



아마 모두가 그런 걸 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내가 많이 원한다. 기대하겠다.



잘할 수 있지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려고 한다. 기대해 달라.







요즘 즐겨듣는 알앤비 노래 Top 5 (무순)

Mario ‘Lay Down In Your Lap’

Donell Jones ‘Love Like This’

Joe ‘Last Night Home’

Bobby Valentino ‘Stop 4 A Second’

Trey Songz ‘Pantydroppa’


Via 100BEAT.com

XO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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